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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부산으로…'힘 빠진' 해수부, 기능 강화 없는 '반쪽짜리' 이전의 진실

 해양수산부가 850여 명의 인력을 이끌고 정부세종청사를 떠나 부산으로의 대대적인 이전을 시작했지만, 장밋빛 기대 뒤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수부는 해운물류국을 시작으로 약 2주에 걸쳐 이사 작업을 완료하고, '부산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릴 계획이다. 북극항로 개척과 새로운 해운물류 시대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와 달리, 국가 해양 정책을 총괄해야 할 중앙부처가 특정 지역의 이익에 매몰되는 '지방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이면에 가려진 그림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의 중심에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의 최근 행보가 자리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전 장관은 지난 11월 한 달 동안에만 공식적으로 일곱 차례나 부산을 찾거나 지역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장관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심을 살 만큼 부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 부산시당 당원대회나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지난 35년간 국민의힘이 부산을 망가뜨렸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를 보였다. 심지어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 등 민간 기업의 본사 부산 이전 발표회에 지자체장이 아닌 중앙부처 장관이 직접 참석해 환영사를 하고 전방위적 지원을 약속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장관직을 내년 선거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제는 해수부의 '부산 올인' 행보가 정작 부처의 내실을 다지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해수부 이전 특별법'은 이전 기관의 이주 및 정착 지원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뿐, 해수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핵심적인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 내용은 모두 빠졌다.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해사법원 설치는 물론, 핵심 하드웨어 산업인 조선·해양 플랜트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이관받는 것 역시 무산됐다. 결국 해수부는 현재의 권한과 기능 그대로 몸집만 부산으로 옮겨가는 '반쪽짜리 이전'에 그치게 된 셈이다. 외형적인 이전에만 치중한 나머지, 중앙부처로서의 역량과 위상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수부 내부에서조차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해수부 고위 공무원 출신 인사는 "해수부 부산 이전이 결정됐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이런 점"이라며, "가뜩이나 부산 지역과의 연관성이 늘 부각되던 해수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그런 모습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지역 발전과 같은 내용은 해수부 차원에서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하며, "해수부는 오롯이 해양, 수산, 해운물류 등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해야 중앙부처로서의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뼈아픈 충고를 남겼다. 결국 해수부가 '부산의 해수부'가 아닌 '대한민국의 해수부'로 남기 위해서는, 지역 현안이 아닌 국가적 어젠다에 집중하는 모습을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