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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괴담 뒤집은 반전 진실암이라는 거대한 장벽과 마주한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 중 하나는 바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식단 관리다. 특히 암세포와 싸우느라 손상된 정상 세포를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고기, 생선, 달걀, 그리고 콩류에 들어있는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보통 일반 성인이 체중 1kg당 0.8g의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면, 암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1.2g에서 1.5g 정도를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들 사이에서는 단백질의 보고라 불리는 콩을 두고 오랫동안 풀리지 않는 괴담 같은 우려가 존재해 왔다. 바로 콩이 유방암을 악화시킨다는 소문이다. 과연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유방암 환자들이 콩 섭취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콩 속에 들어있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소플라본은 콩의 주요 생리활성 물질로, 우리 체내의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적으로 매우 흡사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도 불린다. 여성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갱년기 증상이나 골다공증 예방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유방암 환자들이다. 이들에게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소플라본이 마치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 서울성모병원 유방외과 윤창익 교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는 일상적인 식사를 통해 콩을 섭취하는 것이 유방암 재발이나 예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근거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최근의 대규모 연구 결과들은 콩이 유방암 환자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미국 국립암연구소 스펙트럼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콩 식품을 꾸준히 섭취한 경우 유방암 재발 위험이 약 26%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해당 연구에서는 하루에 약 60mg의 이소플라본을 섭취했을 때 재발 방지 효과가 가장 뚜렷했다. 한국산 대두 100g에는 약 178mg의 이소플라본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가 평소 식탁에서 만나는 두부나 콩나물 등을 적절히 섞어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상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유럽 역학 저널에 게재된 30만 명 대상의 대규모 추적 관찰 연구에서도 이소플라본 섭취량이 하루 10mg씩 늘어날 때마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오히려 3%씩 감소한다는 결과가 도출됐다.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들에게도 콩은 기피 대상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콩을 적절히 섭취했을 때 오히려 재발 확률이 낮아지고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즉 콩은 암을 키우는 연료가 아니라, 양질의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공급해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고 체력을 유지해주는 효자 식품인 셈이다. 따라서 유방암 환자들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억지로 콩이나 두부를 피할 필요가 전혀 없다.다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연 상태의 음식을 통한 섭취라는 점이다. 두부, 콩자반, 된장국처럼 식탁 위에 올라오는 식품 형태의 콩은 안전하지만, 이소플라본 성분만을 고농도로 추출해 만든 건강기능식품이나 보충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윤창익 교수는 농축된 보충제 형태로 섭취할 경우 섭취량을 일정하게 조절하기 어렵고, 특히 항호르몬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결국 건강 관리의 핵심은 균형 잡힌 자연식에 있다. 암 환자에게 단백질 섭취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콩은 고기 섭취가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풍부한 식이섬유까지 갖춰 소화와 배변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유방암이라는 힘든 싸움을 이어가는 환자들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중한 영양 공급원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암 치료 과정은 길고 험난하다. 그 길을 버티게 해주는 힘은 결국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나온다. 콩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내려놓고, 오늘 저녁 식탁에 따끈한 두부 한 모를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과학적으로 증명된 콩의 효능을 믿고 꾸준히 양질의 식사를 이어간다면, 암 재발의 공포를 이겨내고 다시 건강한 일상을 되찾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전문의의 조언처럼 보충제보다는 정성이 담긴 음식으로 영양을 채우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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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화가의 붓 끝에서 되살아난 한국의 비극적 역사한 예술가의 60년 화업은 전쟁의 기억 한가운데서 시작됐다. 7살의 나이에 겪은 6.25 전쟁과 보도연맹 사건으로 아버지와 삼촌을 동시에 잃은 권순철 화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개인적 트라우마를 넘어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일이 되었다. 그의 캔버스는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과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얼굴을 담아내는 기록의 장이 되었다.그가 천착해 온 주제는 '얼굴'이다. 하지만 그의 붓이 그리는 얼굴은 통념상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깊게 팬 주름, 햇볕에 그을린 피부, 고된 삶의 흔적이 역력한 투박한 얼굴이야말로 그가 찾던 '한국인의 진짜 얼굴'이다. 젊은 시절 병원 대기실에서 마주한 시골 노인들의 모습에서 정직하게 역사를 살아낸 이들의 강인함과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이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얼굴' 연작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또 다른 축은 '넋' 연작이다. 이는 역사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을 위로하는 진혼곡과 같다. 하얀 혼들이 하늘로 오르는 듯한 모습, 창살처럼 얽힌 억압된 정신, 고통이 응축되어 괴물처럼 뒤엉킨 덩어리 등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집단 학살과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을 기린다. 그의 문제의식은 한국사를 넘어 홀로코스트, 아프간 전쟁 등 인류 보편의 비극으로 확장된다.이러한 주제 의식은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린 두터운 질감(마티에르)과 거친 붓질, 의도적으로 뭉개고 뒤틀어버린 형상을 통해 극대화된다. 그는 대상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대신, 그 안에 담긴 시간의 무게와 고통, 살아남은 자의 감정을 덩어리째 캔버스에 토해내듯 표현한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각적 쾌감을 넘어 묵직한 감정적 울림을 느끼게 한다.작가는 특히 낙원동이나 종묘 등지에서 마주치는 노인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그에게 노인의 얼굴은 일제강점기부터 수많은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살아남아 역사를 이끌어온 힘의 원천이다. 고속터미널에 무심히 앉아있는 노인의 모습에서조차 좌중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발견하며, 그들의 얼굴에 한국인의 정신과 혼이 담겨있다고 믿는다.현재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초대전 '응시, 형상 너머'는 전쟁의 상실감에서 출발해 한국인의 얼굴과 정신을 탐구해 온 권순철 화가의 60년 여정을 집대성한다. 그의 서명 '철'처럼, 그의 예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의 삶과 역사라는 뿌리 위에 굳건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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