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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전쟁 직전'..이스라엘·이란 충돌, 핵협상 파국

이번 사태는 지난 1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중부 지역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으며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개된 영상을 통해 최소 한 발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핵심 지휘부 인근 빌딩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텔아비브 키르야 지역의 마르가니트 타워는 이스라엘군 본부와 매우 가까워 이번 공격이 이란이 이스라엘 군사체계의 중추를 겨냥했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오래 전부터 준비돼온 것으로, 이란의 핵시설을 겨냥한 계획의 연장선상이다. 1979년 이슬람 공화국 수립 이후 이란 지도부는 반복적으로 이스라엘을 파괴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며, 그동안 핵시설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췄지만, 실제 무기 완성까지는 수개월이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이란이 지원하는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고위 인사를 제거하는 작전을 펼쳤으며, 이번 공습 역시 이란 군사지휘 체계의 중추를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민주주의보호재단(FDD) 마크 두보위츠 대표는 이번 공격을 “상징적 의미가 아닌 이란 핵 관련 두뇌와 지휘부를 겨냥한 참수 작전”이라고 정의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에 즉각 보복에 나섰다. 13일 밤부터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1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스라엘군은 이 미사일을 포착해 요격작전을 진행했다. 이 공격은 14일 새벽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속됐다. 이란의 보복 공습은 정권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항복을 의미하며, 이는 국내 정치적 기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협상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고 밝혔으나, 15일로 예정됐던 미국과 이란의 6차 핵협상은 결국 취소됐다. 오만 외무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협상 취소를 알리면서도 “외교와 대화가 평화 유지의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이번 군사 충돌과 협상 취소 배경에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동조하고 있다는 이란 측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태가 이란 정권에 실존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란은 이번 공격을 정권 불안정을 꾀하는 직접적 시도로 인식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 및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전면전 승산이 적은 어려운 처지다. NYT는 “이란은 하마스, 헤즈볼라 등 대리 세력이 사실상 전멸했고 경제적 어려움도 심각해 무방비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번 위기는 ‘3차 세계대전’ 가능성까지 우려되며 국제적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완전히 탈퇴하면 세계 안보는 더욱 위태로워질 전망이다. 유럽 외교 전문가 줄리앙 반스-데이시는 “이란 내에서는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이스라엘이 제재 없이 공격하는 상황에서는 핵무기만이 유일한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 역시 “이란이 NPT를 탈퇴할 경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약 50분간 통화하며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과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크렘린궁 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이스라엘 군사작전을 규탄하고, 중동 정세가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미국과 이란 간 핵협상 진전을 위한 구체적 방안도 제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동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의회 인사들도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위험성을 강조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하원 국제위원장은 “전면전은 중동 전체를 불안정하게 하고 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핵 충돌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일축하며 “외교적 해법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보복을 확대하지 않길 바라고, 미국 및 유럽과 함께 협상을 조속히 재개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금융시장도 중동 위기에 크게 흔들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통과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에 달하는 하루 1800만\~1900만 배럴의 석유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JP모건은 만약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13일 국제유가는 중동 긴장 고조로 급등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7.0% 상승한 배럴당 74.23달러를 기록했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7.3% 급등해 72.9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다. 금값 역시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1.6% 상승해 2개월 만에 최고가에 근접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이란 간 공습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13일 이스라엘의 핵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14일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남부 걸프 해역에 위치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4광구 정제시설을 드론 공습으로 타격해 큰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이란 공격에 따른 인명 피해도 발생해, 이스라엘 주미 대사는 여성 1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은 전쟁의 위기 속에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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