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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에 “무조건 항복해”..하메네이 제거 가능성까지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문제에 대한 입장을 극적으로 선회하며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이란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나 직접 개입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중동 정세는 더욱 긴박하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 이는 미국과 이란 간 4차 핵협상을 앞둔 불과 이틀 전의 일이었기에 미국 측은 사실상 ‘뒷통수’를 맞은 셈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공격은 그동안 이란에 대한 무력 사용을 만류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공습이 현실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 밖으로 “이스라엘이 훌륭하게 해냈다”며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태도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이란이 협상의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않아 결국 이스라엘이 군사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하며, 이스라엘의 결정을 두둔했다.

 

트럼프의 이번 태도 변화는 임기 초반 몇 달 동안 이스라엘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주력하던 것과는 완전히 대비된다. 그동안 트럼프는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며 전쟁 개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적극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그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조기 종료하고 귀국하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에 ‘이란은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는 강경 메시지를 게시했다.

 

트럼프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암살 계획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꿨다. 과거에는 이를 거부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그가 숨어 있는 곳을 알고 있지만 아직 제거하지 않을 뿐, 언제든 제거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군사적 옵션을 열어놓았다. 이는 이란 핵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외교적 해결만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유럽 국가들이 체결한 이란 핵합의 ‘포괄적공동계획(JCPOA)’에서 탈퇴한 바 있다. 그는 이 합의가 이란에 핵개발 시간을 벌어주기만 한다고 평가하며 강한 비판을 해왔다. 그러나 2기 집권에 들어서는 이란과 핵협상에 다시 나섰는데, 이는 전쟁 개입을 원하지 않는 트럼프의 성향과 상대의 의중을 먼저 파악하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도 중재 가능성을 타진했던 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핵개발이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경고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단행하자 트럼프도 그 압박 기조에 동조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공격에 반대했으나, 이란이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 따른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이스라엘 공습 직후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이란 압박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 공격을 핵문제 완전 해결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간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입장에서는 네타냐후의 공격이 ‘차도살인(借刀殺人)’, 즉 남의 칼로 적을 제거하는 효과와도 같았다. 이란 핵능력 제거 문제에 관해서는 트럼프도 네타냐후 못지않게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 트럼프의 태도 선회 배경을 집중 보도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지난달 말 이스라엘이 미국의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준비 중임을 파악했다. 미국은 중동 내 또 다른 전쟁을 원치 않았기에 이스라엘의 공격을 제한적으로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번에는 단순한 제한 공격을 넘어 이란 정권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광범위한 공격을 단독으로 감행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됐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협상이 지지부진한 데 대해 점차 인내심을 잃고 협상 결렬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NYT는 전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의 공습이 계속되면서 트럼프는 이스라엘 전투기 연료 지원 및 3만 파운드 폭탄 ‘벙커버스터’를 이용한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 파괴를 위해 미국 항공기 파견까지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는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군사적 행동을 자제하던 입장에서 놀라운 전환이다.

 

 

 

트럼프는 이란이 협상에서 핵개발 포기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데 대해 자신을 이용당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느낀 배신감과 유사한 감정이다. 결국 이스라엘이 무력 충돌을 선택하자 트럼프도 이에 동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17일 캐나다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던 중 트럼프는 국가정보국장 털시 개버드가 이란이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은 하고 있지만 핵무기 개발에는 적극적이지 않다는 평가에 대해 “그가 뭐라고 했든 상관없다”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근접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핵무장한 이란과 공존하거나 이를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핵 위협 평가에 동의하며,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좌진에 전했다고 한다. 네타냐후는 지난 2월 백악관에서 트럼프에게 이란 핵시설 사진을 보여주며 핵무기 개발이 더욱 노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우라늄 농축에서 이란이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트럼프가 임기 초반에 이란과 협상에 나선 과정도 상세하다. 그는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스티브 위트코프를 중동 특사로 임명해 이란과의 외교적 협상 타결 임무를 부여했다. 트럼프는 해외 군사 개입을 회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외교적 접근을 선호했다.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란도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 채널을 모색했다. 극적인 조치로 트럼프는 하메네이에게 전쟁을 원하지 않으며 협상을 희망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4월에는 오만에서 협상 절차가 시작됐고, 5월 말에는 이란 측에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과 걸프 지역 핵 에너지 컨소시엄 창설 제안을 담은 서면 제안도 전달됐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옵션 역시 현실적인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2월 중순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 마이클 에릭 쿠릴라 장군은 이스라엘과 협력해 세 가지 주요 군사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는 미국의 공중급유 및 정보 지원, 둘째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 군사 공격, 셋째는 미국 주도의 작전에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역할이다. 이 작전에는 B-1 및 B-2 폭격기, 항공모함,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B-2 폭격기가 투입되는 경우는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작전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이스라엘 특공대의 공습을 미군 항공기로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이는 곧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련의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문제에 대해 외교와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동시에 한층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과의 긴밀한 협력과 함께 미국이 중동 정세에 깊숙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향후 국제사회와 지역 안보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