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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은행 갈 일 확 줄어든다…정부의 파격 실험 개시

 정부가 디지털 금융 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잠자고 있던 소비자의 권리를 되살리기 위한 파격적인 실험에 나선다. 은행 지점 축소로 불편을 겪는 고령층과 지방 거주자들을 위해 내년 상반기부터 우체국이나 지방 저축은행에서도 시중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하고, 인공지능(AI)이 소비자를 대신해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 금융 서비스'를 지정해 금융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이는 금융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접근성을 높이고, 기술을 통해 소비자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되는 것은 은행 업무의 대리 취급이다. 내년부터 전국의 20여 개 거점 우체국과 동양, 모아, SBI 등 9개 지방 저축은행 창구에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은행 지점이 없는 지역에서도 예금 상담을 받거나 대출 서류를 접수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다만, 이들 기관이 은행의 모든 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대출 심사나 승인과 같은 핵심적인 의사결정 업무는 여전히 4대 은행 본연의 역할로 남겨두고, 고객 상담, 거래 신청서 접수, 계약 체결 등 일선 현장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는 대면 업무만 대리 수행하게 된다. 은행의 핵심 기능은 유지하되, 고객 접점은 최대한 넓혀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리 인하 요구권' 대리 신청 서비스 역시 금융 소비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금리 인하 요구권은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오르는 등 신용 상태가 개선되었을 때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지만, 생업에 바쁘거나 제도를 잘 몰라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에만 389만 건의 신청이 있었을 정도로 수요가 많지만, 여전히 잠자는 권리로 방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앞으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이나 토스 같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해 이 권리를 손쉽게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새롭게 도입되는 서비스는 소비자가 최초 한 번만 대리 신청에 동의하면, 이후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AI 에이전트가 개인의 신용 정보를 주기적으로 분석하여 금리 인하 가능성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은행에 금리 인하를 신청해주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신경 쓰지 않아도 AI가 알아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주는 셈이다. 이 서비스는 내년 1분기부터 국내 13개 은행의 개인 대출 상품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소비자가 손해를 보던 구조를 기술의 힘으로 바로잡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