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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도 다이어트 들어간다

내년부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월 수급액은 줄어들고, 지급 기간은 늘어나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뀐다. 정부가 구직급여 지급 기준을 기존 주 7일에서 주 6일로 조정하기로 하면서다. 동시에 고용보험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내는 실업급여 보험료율도 인상된다.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을 심의·확정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구직급여 지급 방식 변경, 보험료율 인상, 모성보호급여 별도 관리, 고용보험 가입 기준 개편 등이 포함됐다. 1995년 구직급여 제도 도입 이후 유지돼온 큰 틀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것이다.

 

가장 큰 변화는 구직급여 산정 기준이다. 현재 구직급여는 무급휴일까지 포함해 일주일 7일분을 기준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주 5일 근무와 유급 주휴일 하루를 반영한 주 6일 기준으로 바뀐다. 이에 따라 매달 받는 금액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150일 동안 구직급여를 받는 하한액 수급자의 경우 월 지급액은 현재 약 198만 원에서 176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상한액 수급자도 월 204만 원가량에서 181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올해 기준 금액만 놓고 계산하면 감소 폭은 더 커져 하한액은 170만 원, 상한액은 175만 원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총 지급액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금액을 더 긴 기간에 나눠 받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150일 수급자의 실제 수급 기간은 달력 기준 약 5개월에서 5.8개월로 늘어난다. 최장 270일 수급자는 9개월가량 받던 기간이 10.5개월 정도로 길어진다. 정부는 법정 소정급여일수와 전체 지급액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급 기준을 바꾸기로 한 배경에는 이른바 ‘소득 역전’ 문제가 있다. 1995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어서 임금 지급 기준과 구직급여 지급 기준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04년 주 5일제가 도입된 뒤에도 실업급여는 주 7일 기준을 유지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일할 때 받는 임금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최저임금 노동자의 세후 월급은 약 193만 원인 반면, 구직급여 하한액은 약 198만 원으로 더 높았다. 구직급여가 비과세인 데다 주휴일과 무급휴일분까지 포함해 지급되는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이런 구조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고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 지급 기준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구직급여 수급자 상당수가 이번 변화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는 172만 명이었고, 이 가운데 하한액 적용자는 109만1000명으로 63.4%를 차지했다. 수급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월 지급액 감소를 체감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나 단기 근로 이력이 있는 실직자에게는 한 달 생활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료율도 오른다. 현재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각 0.9%씩 부담해 총 1.8%다. 2027년부터는 각각 1.0%씩으로 올라 합산 2.0%가 된다. 월급 300만 원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본인 부담 보험료는 월 2만7000원에서 3만 원으로 늘어난다. 한 달에 3000원, 1년으로는 3만6000원을 더 내게 된다. 사업주도 같은 금액을 추가 부담한다.

 

보험료 인상은 고용보험 재정 악화와 맞물려 있다. 지난해 실업급여 계정은 15조7000억 원을 거둬 17조4000억 원 넘게 지출했다. 적자 규모는 약 1조8000억 원에 달했다. 장부상 적립금은 1조7000억 원대였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약 6조 원 적자 상태로 파악됐다.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계정에 연간 지출액의 1.5~2배 수준 여유 재원을 두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적립배율은 0.1배에 그쳤다. 2024년 0.2배보다도 낮아진 수치다. 정부는 지급 구조를 조정하고 보험료율을 올려 재정 기반을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직급여 상한액 산정 방식도 달라진다. 현재는 상한액을 정액으로 정하지만 앞으로는 하한액의 103% 수준으로 연동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하한액이 상한액에 지나치게 가까워지거나 역전되는 문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조기재취업수당 지급 기준도 강화된다. 이 제도는 실업급여 수급자가 남은 수급 기간의 절반이 지나기 전에 재취업해 12개월 이상 일하면 남은 급여의 절반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월 소득 574만 원 이상이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앞으로는 제외 기준이 월 300만 원 이상으로 낮아진다. 정부는 수당이 없어도 취업했을 가능성이 큰 사람에게까지 지원이 이뤄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급여는 별도 계정에서 관리된다. 최근 저출생 대응 정책 확대와 남성 육아휴직 증가로 관련 지출은 빠르게 늘었다. 모성보호급여 지출은 2022년 2조1000억 원에서 2025년 4조3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육아휴직급여 수급자는 18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39.1% 늘었고, 남성 수급자는 6만7000명으로 60.7% 증가했다.

 

정부는 2028년 고용보험기금 안에 가칭 ‘일·가정 양립 계정’을 신설해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을 따로 관리할 계획이다. 출산전후휴가급여처럼 사업주에게 법적 지급 의무가 있는 급여는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계정으로 옮긴다. 일반회계 전입금도 올해 6000억 원에서 2027년 9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고용보험 가입 기준도 근로시간에서 소득 중심으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월 60시간, 주 15시간 이상 일해야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됐지만 앞으로는 월 보수가 80만 원 이상이면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다. 정부는 이 개편으로 약 35만 명이 새로 고용보험에 가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사업장에서 월 80만 원을 벌지 못하더라도 여러 사업장의 소득을 합쳐 월 80만 원을 넘으면 본인 신청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보수 합산제도도 도입된다. 매년 한 차례 사업주가 신고하던 연 보수총액 신고 방식은 폐지되고, 국세청 소득자료와 고용보험 자료를 연계해 매달 보수를 신고·정산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특수고용직과 플랫폼·노무제공자에 대한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2027년부터 교차모집 보험설계사,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강사, 가구 설치 업무를 함께 하는 일부 택배기사, 신용카드 제휴모집인 등 4개 직종이 새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약 1만7000명이 추가로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관련 법률과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 기반 고용보험 전환은 2027년부터, 일·가정 양립 계정 신설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개편은 고용보험 재정을 안정시키고 실업급여 제도의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실직자의 월 생계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쟁점으로 남는다. 총액은 줄지 않더라도 매달 손에 쥐는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저소득 수급자에게는 체감 충격이 클 수 있다. 정부는 전담 상담사 배정과 맞춤형 취업 지원을 강화해 재취업을 돕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