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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그것'이 다시 돌아왔다... MZ세대는 레트로 '열풍'

 경제 한파가 지속되면서 소비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2024년 11월 100.7에서 12월 88.4로 급격히 하락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 굳게 닫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유통업계와 문화산업은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마케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레트로 마케팅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과거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현재보다 안정적이고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는 단순한 향수 마케팅을 넘어 불안한 시기에 소비자들이 찾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식품업계가 이러한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가나초콜릿 50주년을 기념해 1975년, 1987년, 2002년 버전의 패키지 디자인을 재현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패키지에 ARS 번호를 삽입해 소비자들의 추억이 담긴 오디오북과 시, 노래를 들을 수 있게 한 점이다. 이는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와의 감성적 교감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5년 출시됐던 '농심라면'을 재출시했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문구로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이 제품은, 현재 젊은 층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12년 전 단종된 '미노스 바나나우유'를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 힘입어 다시 선보였다.

 


영화 산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OTT 서비스의 급성장과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극장가에서는 검증된 인기작들을 재개봉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더 폴' 등 과거 흥행작들이 다시 스크린을 장식하고 있으며, '비긴어게인', '러브레터', '미드나잇인파리' 같은 감성 영화들도 재개봉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현상을 일컫는 '사골 영화'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관객들이 OTT로도 볼 수 있는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관람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좋아하는 작품을 최상의 화질과 음향으로 다시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를 반영한다. 반면 흥행이 불확실한 신작들은 OTT 서비스에서 곧바로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극장 관람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제적 불황기에는 사람들이 과거를 더욱 아름답게 회상하는 경향이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신제품보다는 이미 성공이 입증된 제품들이 더 안전한 선택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